Peter라는 친구가 있다.
Peter는 Goldman Sachs 명함에 적힌 타이틀1이 아닌 실제 회사 내부 레벨에서 상당히 높은 위치까지 올라 갔었다.
Peter는 2018년, 파트너 승진을 연달아 물먹으면서 회사를 그만 둘 때까지 한국계 후배들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다. 그렇게 퇴사 후 자신의 펀드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운영한지 벌써 몇년이 지났다.
그도 바빴겠지만, Peter는 늘 나와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고 투자 관련 얘기들을 들려주는 걸 좋아했다.
Peter는 내게 이런 저런 자신의 라이선스에 대해서 자랑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의 얘기가 나와는 너무 동떨어져 있는 다른 세계라 여겼기에 크게 관심있게 듣지 않았었다.
2022년 초, 그 즈음, 그는 자신이 가진 라이선스들로 클라이언트를 위해 해외에 특수 목적 은행2 설립을 하고 다른 파트너들과 인맥을 통해 클라이언트의 암호화폐 상장 등의 업무를 사이드로 했었고, 상장이 된 후 엄청난 성공 보수 보너스를 받은 직후였다.
그렇기에 그 당시 Peter는 내게 연락해 암호화폐와 상장 등 크립토와 거래소 비즈니스 매커니즘에 대해 설명을 해줄 때였고 그 끝은 항상 “함께, 코인을 개발해서 상장 시키자. 너가 팀을 꾸려 개발을 해. 그 외 모든 부분은 내가 맡을께. 나는 이번에 알게된 인맥들로 우리 코인을 거래소에 상장 시킬게”라는 얘기로 나를 꼬드기곤 했었다.
나 역시 내 사업들로 바빴고, 관심을 보이지 않자, 오히려 Peter는 답답했는지 계속 나를 Push 하곤 했었다.
늘 시쿵둥하던 내게 “알았어, 그럼 실제 가치 있는 코인을 개발해보는 건 어때?”랄지 “알았어, 그럼 한번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자.” 식이었고 이런 대화가 끝나고 나면, 내 부담을 덜어주면서 확신을 주기 위해서였는지 아주 구체적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얘기해주곤 했다.
“Top 10 거래소 1곳을 포함하고 Top 20 거래소 중 1곳 그리고 Top 30 거래소 중 2곳 이렇게 4군데 상장하는데 이번에 해보니 실비용은 400만불 정도 드는거 같아. 개발을 위해 필요한 예산이 추가되겠지만 모든건 내가 준비할께. 넌 기술적인 부분만 커버해줘. 처음부터 만들기가 부담되면, 프로젝트 하나를 통채로 인수하는 것도 괜찮아. 지금 마켓에 나온 프로젝트들이 실제 많아3.”
그 당시 대화는 주로 이런식이었다.
그럴 때마다, 난 “응 그래, 그렇구나, 대단하다. 웅 고마워. 나도 한번 고민해볼게. 요즘 트랜드는 어느쪽이야?” 정도로 대화를 이어갔었다. 나에게 그런 제안을 해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코인 개발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이기도 했고, 프로젝트 단위가 너무 크다 보니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생각을 했었던거 같다. 설사 Peter가 모든걸 투자하고 책임진다고 해도, 무언가 잘못되었을 때 내 마음이 불편해질걸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스트레스에 내 스스로 약하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게 난 Peter의 구애에 늘 애매한 입장을 취했었다.
그런데, 내가 그의 얘기들에 귀 기울이게 된 사건이 터졌다.
2022년 4월 말, 나는 펜실베니아로 출장을 가던 길이었다. 중간에 충전을 위해 Supercharger Station에 멈춰섰을 때 Peter에게 전화가 왔고, 그는 다짜고짜 “테라 – 루나”에 대해 얘기를 했었다.
“혹시 루나 가지고 있어?”라는 질문에
“아니 나는 비트랑 이더리움만 있어”라고 대답을 했다. 사실 몇번의 크립토 불장에서도 난 비트와 이더 위주로만 매매했었다. 루나와 테라에 대해서 들어는 봤지만 사실 아는건 전혀 없었다.
“그래 다행이다. 루나가 곧 터질거 같아서”
알트코인들 문제가 생기는거 하루 이틀 본것도 아니고, 당시만 해도 “아 그래?” “무슨 코인인데?”라는 내 물음에 Peter는 충전이 다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루나가 왜 말이 안되는지 얘기했다. 내가 이제 다시 출발을 해야 했기 때문에, 급하게 전화를 끊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기억이 선명한 이유가, 충전 하는 동안 점심을 먹기 위해 햄버거를 사서 일행들과 자리에 앉았는데, 그 통화로 나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체 바로 출발을 했었기 때문이다. 일행들도 내 눈치를 보느라 얘기를 나누지도 식사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나는 개인적으로 차안에서 음식을 먹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2주 뒤 그 끔직한 Luna 대폭락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을 때, Peter가 그 때 얘기한 코인이 이 코인이었구나라는걸 깨달았다.
- VP, EXEDIR 등 명함에 적힌 타이틀을 그대로 한국식으로 적용했을 때 그 직함과 실제 대우는 크게 다르다. 선수들끼리는 레벨로 따지더라.
- 우리가 흔히 아는 지점이 있고, 예금을 받고 대출을 해주는 일반 은행이 아닌 특수 목적을 가진 은행.
- 2021년 말 한번의 불장이 지난 후 2022년 초 시장은 급격하게 하락한 상태였고 자금 조달 상황이 안좋아지면서 당시 많은 크립토 프로젝트가 시장에 매물로 나오거나 능력있는 핵심 개발 인력들이 잡마켓에 많이 나온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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