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간을 맞춰 자리에서 일어나 Peter 사무실로 향했다. 가깝기 때문에, 천천히 걸어가도 금방 도착할 거리였다. 하늘은 유난히 맑았다. 그리고 한 여름 맨하탄의 햇볕은 뜨거웠다. 땀이 조금씩 나려고 할 때, Peter 사무실이 위치한 Hudson Yard 빌딩에 도착했다.
빌딩 안으로 들어가자 마자,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맞아주었다.
나는 내부 오피스로 들어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보안 관문으로 다가갔다. 게스트 패스를 받기 위해서 쭈삣거리며, 안내 데스크 앞으로 가서 이름을 말하고 아이디를 내밀었다. 보통 경비원은 어딜 방문하냐고 물어본 후 게스트 리스트를 확인한다. 그리고 내 사진을 찍은 후 인쇄되어 나온 게스트 패스를 내게 주는 식이다. 그런데 경비원은, 얘길 들었다며, 바로 들어가시면 된다고 자신을 따라오라며 날 안내했다. 경비원은 날 보안 관문 앞까지 안내 후 아직 데스크에 있는 다른 동료에게 손짓으로 싸인을 보냈다. 싸인에 맞춰 관문은 열렸고, 경비원은 날 엘리베이터 앞까지 안내하면서 몇 층으로 바로 가시면 된다는 얘기를 건냈다. 그와 동시에 제일 끝 쪽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경비원은 날 엘리베이터 앞까지 안내해주고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주었다. Peter가 분명 날 배려해 미리 얘기를 해둔거 같다.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Peter가 있는 공간으로 날 데려다주었고, 문이 열리자, 천장이 높은 2층 규모의 오피스가 날 맞이해줬다. 그리고 그 앞엔, 키가 큰 안내 직원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 직원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으며, Welcome 이라고 인사를 건내고 날 Peter 사무실로 안내하기 위해 중앙을 지나, 복층 오피스로 올라갈 수 있는 계단으로 안내해주었다.
마법사들의 공간, 그들이 베틀스테이션이라고 부르는 그 공간은 이름과 어울리지 않게 모던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오르면서 위가 아닌 아래를 계속 바라보면서 그 공간 구석 구석을 살펴봤다. 이전에 만났던 Peter 오피스가 아니었다.
2층은 1층이 휜히 내려다보이는 발코니 스타일의 복도가 타원형으로 드리어져 있었다. 그리고 난 Peter 오피스를 바로 찾을 수 있었다. Peter는 통유리가 감싸진 오피스에 앉아 전화 통화를 하다가, 두리번 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곧 바로 내게 걸어오는 중이었다.
Peter는 자신의 오피스 안으로 안내 한 후,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얘길 하고 자신의 데스크로 다가갔다. 인터폰을 눌러, 사람들 이름을 빠르게 호명하며, 회의실로 모이라고 얘길했다. 그리고 노트북이 든 내 가방을 들어주면서 자신의 방과 연결된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Peter는 내게 이메일 잘 받았다며, 보여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난 더미 API가 아닌 실제 어카운트 API가 필요하다고 얘길 했고, Peter는 다 준비되어 있다고 얘길 건냈다. 그리고 회의실 구석 공간에 숨겨진 냉장고를 열고, 물 아니면 탄산수? 하고 내게 물어봤다. 난 탄산수를 달라고 했다. Peter는 다른 동료 마법사들을 기다리는 동안 내게 오면서 더웠냐고 물어보았다. “너 얼굴이 지금 빨개. 오는데 더웠구나.” 나는 “아니 그 정도는 아닌데”라고 대답했지만, 얼굴이 빨갛다라는 Peter 말에 내가 지금 많이 긴장하고 흥분했구나라는걸 깨달았다.
잠시 뒤 예전 meju에서 만났던 마법사들과 최근 AMEX 센츄리온 라운지에서 만났던 Mike가 들어왔다. Taylor, Mike에게 눈 인사를 했다. 다른 마법사들은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빈 자리를 찾아 빠르게 앉았고, Mike는 내게 다가와 윙크를 하며 노트북을 달라고 했다.
내가 노트북을 건내자 Mike는 커다란 TV와 연결해 내 노트북 화면을 띄웠다. 로그인을 해달라는 Mike의 손짓에 난 로그인을 해주었고 그는 크라켄 웹사이트에 접속해 로그인 해주었다. 해당 어카운트에는 만불이 들어있었다. Mike는 내게 API를 새로 만들 수 있는 페이지로 안내해 주었고, 난 그 자리에서 API 키의 권한 등을 다시 한번 천천히 읽어보면서 체크 박스를 확인 후 새로운 API 키를 생성했다.
Peter는 모인 동료 마법사들에게, “천재 연금술사가 크라겐용 삼각 차익거래 봇을 벌써 만들었다.”고 얘길 했다. 난 급하게 아직 아니고, 테스트가 더 필요하다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난 다른 마법사들을 바라봤는데 그들 대부분은 딱히 무언가를 기대하는 표정들은 아니었다. 유일하게 약간 기대를 갖는 마법사는 Mike 단 한 사람뿐인거 같았다. 벌써 3번째 만난 Taylor는 특유의 무뚝뚝한 시선으로 그냥 날 바라보고 있었다.
Peter는 내게 우선 보여줄 수 있냐고 물어왔다. 난 새로 만든 API 키를 Config 파일에 집어 넣고, 실행 버튼을 눌렀다.
그 날의 기억이 유난히 뚜렷한 건, 엄청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나오고 있었지만, 난 여전히 얼굴에 화끈거리는 뜨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긴장 했는지 이마에 땀이 나는걸 느끼고 있었다.
프로그램은 바로 실행되었다. 밸런스를 첵업한 후 차익 거래를 찾는 계산 결과 텍스트가 반복적으로 TV 화면 위에 뿌려지기 시작했다.
봇은 실제 실행이 잘 되었고, 내가 지정한 몇개의 알트코인들을 순차적으로 첵업하면서 차익 거래 기회에 대한 기록들을 검정색 콘솔 화면 위에 횐색 텍스트와 빨강색 숫자들로 뿌리고 있었다.
회의실에 들어온 마법사들은 마지못해 참석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방안의 공기가 바뀌는걸 느꼈다. 특히 크립토쪽 트레이딩 데스크를 책임지는 Taylor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TV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앉아 있는 자세가 달라졌고, 화면을 응시하는 눈빛이 달라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그 날 그 회의실에서 10분 동안 봇을 실제 어카운트의 API로 실행했다. 결과가 어땠냐고? 실제 차익거래 기회를 찾아 거래가 이루어졌을까?
안타깝게도, 그 날 차익 거래 기회를 찾진 못했다.
봇은 예상데로 작동했지만, 수수료를 제하고 났을 때 수익이 나는 거래 기회는 없었다. 나는 실망했지만, 다른 마법사들의 분위기는 달라진거 같았다. 평소 그들은 연금술사에 대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자신들을 보조할 마법 아이템이나 만들고 또 자신들이 사용하는 장비에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해주는게 연금술사들이 할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날 우리 모두 그 회의실에서 10여분 동안 검정색 콘솔 화면을 응시했다. 그리고 잠시 뒤 마법사들은 쏟아지듯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난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아니 이게 어쨌든 잘 작동하내. 뭐지 싶었다.
Peter는 해당 봇을 Peter에게 복사해줄 수 있냐고 내게 물어봤고, 난 흔쾌히 괜찮다고 대답했다. 난 이 봇이 내꺼라는 생각보다는 Peter에게 입힌 피해를 만회해줄 봇이라 생각했다. Peter를 위해 만들었고, 그리 많은 시간을 쓴 것도 아니었다. 이게 도움이 되길 바랄 뿐이었다.
Peter는 Mike에게 매일 변동이 심해지는 뉴욕 시간 오전에 봇을 실행해서 모니터하라고 지시를 했다. Peter는 Taylor를 바라봤다. Taylor는 특별한 코멘트는 하지 않았다. 말을 아끼는 느낌이었다. Peter는 바로 회의를 마쳤다.
이제 Mike가 테스트를 해볼거고, 그 결과를 내게 알려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날 오전에 바로 나왔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지 않았는데, 바로 이어서 Mike의 문자가 왔고, 다시 곧바로 Peter에게 전화가 왔다.
오리마왕
오늘 이야기는 정말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네요 +_+
긴장되는 분위기와 기대감이 무겁게 느껴지셨을 듯 합니다.
그나저나 개발과정에서 실제 테스트 없이,
1차 완성본을 개발하신 대표님은 진짜 “천재 연금술사” 맞으시네요…
아폴로 우주선 프로젝트를 손으로 써서 코딩했는데
버그가 없었다던 NASA의 여성 프로그래머가 생각나네요…
Wizz
앗, 그런데 이게 사실 대단한게 아니라서 >.< 마치 대표님이 제품이 대충 뭐라는걸 들은 후 쇼피파이로 홈페이지 먼저 만들기 시작하시는거랑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요?